HOME  사이트맵  프로필  공지사항

  만화이야기  만화와 만화가  주목 이 만화  만화뉴스  게시판  

만화와 만화가



View Article     
Name
  바람검객 2003-02-03 16:07:00, Hit : 14392
Subject   90년대 신세대 만화군단의 기수, 이명진 (1999년 8월)

92년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이란 긴 제목의 만화로 데뷔를 한 이명진은 90년대 한국만화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작가다. 이명진은 92년 고교 3학년 재학 중에 도서출판 대원(주)의 신인공모에 당선되면서 데뷔했다. 당선작을 바로 주간만화잡지 <소년챔프>에 연재하기 시작했고, 이 작품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보통 줄여서 <어쩐지...저녁>으로 불리는 그의 데뷔작은 연재와 함께 단행본으로 출시됐고, 9권으로 완결되면서 총 판매부수 100만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만화의 판매부수가 100만부를 돌파한 것은 이명진의 <어쩐지...저녁>이 처음이다. 이것은 90년대, 한국만화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빌려보느냐, 사서 보느냐. 이것이 80년대와 90년대의 한국만화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이다. 양적인 면으로만 본다면 80년대는 우리 만화의 황금기였다고 할 수도 있다. 인기작가의 경우 한달에도 수십권씩 단행본이 쏟아져 나왔고, 여기저기서 생겨난 만화대본소가 최고 3만개에 이르기도 했다.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나 박봉성의 <신의 아들>, 고행석의 <불청객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몇몇 인기작가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80년대 한국만화는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고 만다. 한권에 100페이지가 넘는 만화단행본이 한 달에 수십 권씩 나온다는 것은 작가가 직접 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화공장이 생겨난 것이다. 인기작가의 문하에는 작가와 똑같이 그림을 그리는 B팀이라는 만화공장들이 생겼다. 보통 서너 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의 B팀을 운영하는 작가들은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붙여 작품을 내고, 대본소에서는 이런 작품들이 인기리에 대여됐다.  

74년생. 고3때 신인공모
당선하며 데뷔. 당선작
<어쩐지... 저녁> 대인기.
<라그나로크> 연재중.



아무리 여러 개의 B팀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해도 한 달에 수십 권의 책을 내기 위해서는 적당히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고, 1,2백원의 적은 돈으로 빌려보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꼼꼼히 작화 수준을 챙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행을 따라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비슷비슷한 스토리와 적당히 그려낸 그림은 서서히 독자들을 한국만화에서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물론 80년대에도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한 선구적인 작가들이 있었습니다. 이 분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서서히 한국만화가 자기정체에 빠지는 사이 6,70년대 우리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던 이웃 일본의 만화계는 만화잡지를 중심으로 점차 성장을 거듭했다. 일본의 대부분의 유명출판사에서는 각각 주간, 월간의 만화잡지를 발행했고, 발행부수가 백만부를 넘는 만화잡지들이 속출했다. 급기야 90년대 초반 슈에이샤에서 발매하는 <소년점프>는 매주 600만부를 발행하기도 한다.

80년대를 지나며 한국만화계에 남은 가장 큰 문제는 주목할 만한 신인작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웬만한 그림실력을 가진 신인들은 고생하며 자신의 작품을 창작하기보다는 유명작가의 그림을 대신 그리면서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는 길을 택했다. 나중에 자신의 그림을 그리려해도 이미 유명작가의 그림체가 몸에 배여 자신의 그림을 그릴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90년대 한국만화의 새로운 돌파구는 만화잡지에서 시작됐다. 89년 창간된 주간만화잡지 <아이큐점프>와 91년 창간된 <소년챔프>는 신인작가의 발굴에 적극 나섰다. 비슷한 그림을 양산하던 기성작가들의 만화로는 만화잡지의 주독자층인 청소년들의 호응을 얻을 수 없게된 탓이다. 신인발굴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각 만화잡지들의 '신인공모제도'였다. 나이나 성별, 경력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신인공모에 입상하면 작가가 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수많은 신인작가가 탄생했다. 신인공모에 응모하고, 당선된 작가들은 기성작가의 문하생이나 만화공장에서 활동하던 기존 작가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만화를 그리고 싶어하는 신세대 만화가들이었다.

고교생 작가 이명진의 등장은 신인공모제도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다. 신인공모 당선 당시 이명진의 그림은 누가 보아도 미숙해 보이는 점이 많았다. 그러나 독특한 스토리 진행과 개성 넘치는 그림, CF를 보는 듯한 빠른 이야기 전개는 청소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매주 10여페이지 정도의 연재를 몇 해 동안 계속하면서 이명진의 그림체는 80년대의 그 어느 작가와도 차별되는 독특한 것이 되었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고교생 남궁건과 민승아의 연애 이야기와 그 친구들이 학교를 무대로 벌이는 에피소드로 만들어진 <어쩐지...저녁>의 완결 이후 이명진은 군복무를 했다. 그가 군대에 가 있는 사이에도 그의 열혈독자들은 그의 복귀를 손꼽아 기다렸고, 3년이 지난 후 98년부터 <소년챔프>에 북유럽의 신화를 기본으로 신과 인간, 마족, 거인족간의 전쟁과 사랑을 스펙터클하게 그린 <라그나로크>를 연재 중이다. 현재 단행본으로 4권까지 발매된 <라그나로크>는 90년대 후반 부각되고 있는 새로운 장르인 판타지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수작으로 꼽힌다.

이명진 이후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먹통X>의 고병규, <프리스트>의 형민우, <8용신전설>의 박성우, <누들누드>의 양영순, <선녀강림>의 유현, <오디션>의 천계영 등이 신인공모를 통해 데뷔했고, 이들은 90년대 한국만화계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이제 새로 창간하는 만화잡지는 신인공모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진 신인작가를 발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새로운 만화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Prev    세계가 인정한 만화가, 양경일 (1999년 9월) [1]
바람검객
  2003/02/03 



Copyright 1999-2026 Zeroboard / skin by lifesay
ⓒ 1999-2002 swordman, 오태엽

 HOME

e-mail

ⓒ1999-2006 swordman, 오태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