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만화 X, 레스토랑만화 O 먼저 밝혀두자. <헤븐?>은 정확히 말하면 요리만화가 아니다. 보통의
요리만화들이 요리나 요리사 주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반해 <헤븐?>은 '이 세상의 끝'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프랑스 레스토랑 '로윈 디시'를 무대로 하는 레스토랑
만화이다. 평범하지 않은 레스토랑과 그곳에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만든 것이 사사키 노리코의 신작 <헤븐?>이다.
사사키 노리코는 색다른 소재를 만화로 만들어 왔다.
그의 전작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와 <못 말리는
간호사>는 각각 수의학과 학생과 간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전문적인 세계를 그리기보다는
주인공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에 더 주목하고 있다.
두드러지는 재미보다는 일상의 생활을 정확하면서도 재치있게
묘사해 잔잔한 감동과 웃음을 전달하는 것이 그의 장기이다.
장사가 될까? 레스토랑 '로윈 디시'는 장사가 전혀 될
것 같지 않은 레스토랑이다. 가까운 전철역이라고 해도
족히 15분은 걸어야 도착할 수 있고, 길을 찾기도 어려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바로 옆에는 납골당과 공동묘지가
있다. 장사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변에 핀 꽃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곳에 프랑스 요리 전문 레스토랑을 열지
않는다. 구성원도 주방장과 수석웨이터를 빼고는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일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묘지 옆에 레스토랑을 열었는지 알기 힘든
수수께기의 젊은 여사장. 요리실력은 최고지만 가는 곳마다 망하는 징크스를
지닌 주방장. 전직 은행간부로 포도주를 실컷 먹어보고 싶어
소믈리에가 된 아저씨. 돈가스가게와 중국집 점장 경력의
점장(다행히
비즈니스 마인드는 있다), 미용실에서 보조로 일하다 온
젊은 웨이터가 이 레스토랑의 주요 멤버들이다.
주인공인 '이가 칸'은 제대로 훈련받은 수석웨이터지만 전에
있던 직장에서 웃지 못한다고 구박받다가 사장의 스카웃제의를
받고 다음날 바로 이곳으로 옮긴 사람이다.
프랑스 코스 요리를 먹는 듯한 재미 장사가 될 리 만무한 곳에서 수수께기 같은
과거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웃음과 감동'이 있다. 괴상한 과거를 지닌 레스토랑의
구성원들과 그 괴상한 가게를 찾는 괴상한 손님들의 인생에
얽힌 일상의 작은 감동과 재미를 정통 프랑스식 코스 요리로
풍성하게 만들어내는 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이 바로 만화가
사사키 노리코이다.
1권의 구성은 이렇다. 먼저 독특한 과거를 지닌 주인공들이 모여
우여곡절 끝에 레스토랑의 문을 여는 소동이 펼쳐진다.
개성이 강한 여러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묘한 조화를 이룬
상큼한 애피타이저 같은 맛이다. 실수로 전세계 어느
달력에도 없는 4월 31일(4월은 30일까지)에 손님 500명을
초대한 괴상한 개업식 이야기가 따뜻한 스프와 신선한
샐러드이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예약한
3명의 야마다씨를 접대하면서 생기는 소동이 메인 요리이다.
과연 3명의 야마다씨는 세 명의 일행이 각각 예약을 한
건지, 정말로 3팀의 예약인지 손님이 오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비가 오는 예약 당일, 서로 바뀐
그들의 우산에 얽힌 사연은 전직원을 긴장시킨다.
깔끔한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 원정을 떠났다. 역 앞에 생긴
라이벌 레스토랑에 정찰을 나선 직원들의 해프닝이
달콤쌉싸름한 맛의 초콜릿 아이스크림처럼 펼쳐진다.
주간지에 월간 연재하는
작가 <헤븐?>은 일본의
주간만화잡지 <빅코믹 스피리츠>에 월 1회 꼴로 연재되고
있다. 주간지에 월간 연재라니 정상적인 경우는 아니다.
사사키 노리코는 원래 순정잡지에 연재하는 순정만화가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끈 <못말리는 간호사>를
<빅코믹 스피리츠>에 연재하면서 남자만화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나 할까. 매주 1화를 만들기 어려우니
아예 월 1회만 연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만화를 한달에
한번이라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던 주간잡지 편집자의
욕심이 바로 재미의 보증수표인 셈이다.
사족... 전작인 <못말리는 간호사>가 일본에서
처음 단행본으로 나왔을 때는 일반적인 만화책보다는 조금
큰 A5 판형으로 발매됐다(한국판도 마찬가지). 전체 6권인
A5판형의 책이 총판매부수가 작년에 1천만권이 넘어섰다.
이를 기념해 보통 만화책 사이즈인 B6판으로 재발행되기도
했다. 청소년용의 스포츠만화나 액션만화도 아닌 이런 작품이
이렇게 팔리는 것이 일본만화시장이 갖고 있는 저력이다.
일본에서는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 한국에서 수천부도
팔리지 않아 발행이 중단되는 일이 허다한 것과 비교할
만한 일이다. 2001.05.14
**특별부록
내
맘대로 뽑은 요리만화 베스트10
<헤븐?>을
보다가 갑자기 그동안 본 요리만화 중 가장 재밌는 건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리해본 "내
맘대로 뽑은 요리만화 베스트 10"을 골라봤다. 관심있는
분을 요기를 누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