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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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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검객 2003-02-03 16:22:46, Hit : 43503
Subject   만화가의 변신은 무죄, 형민우 (1999년 9월)

어쨌든 다행이다. 1999년 9월 9일 9시 9분 9초를 무사히 넘겼으니 말이다. <천년여왕>이란 애니메이션을 기억하시는지? 노스트라다무스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던 어린 시절, 난 <천년여왕>에 나온 그 시간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정말 1999년이 된 지금 종말예언들이 하나둘 사실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면서 안도하고 있다. (죄지은 게 많기 때문에 종말이 오면 난 분명 지옥에 갈 터,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세기말의 공포는 종말론자들을 들뜨게 만들었고, 덩달아 보통 사람들도 가슴 속에 '혹시?'라는 의문을 품게 했다. 철 지난 장르로 여겨지던 호러물이 TV, 소설, 영화는 물론 만화에서도 다시 한번 인기를 끌었음은 물론이다. <아일랜드> <호협애사> <리버스> 등 올해 우리 만화계에는 유독 호러만화가 많이 눈에 띄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 형민우의 <프리스트>다.

호러만화의 백미 <프리스트>
<프리스트>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이반이라는 신부의 이야기이다. 서부개척시대 신학공부에 정진하던 젊은 신부 이반은 타락한 천사이자 악마인 테레자모의 부활 음모에 휩쓸려 죽을 고비에 이른다. 그때 또다른 악마 베시엘에게 영혼의 절반을 파는 대가로 목숨을 건진 이반이 테레자모에게 복수하기 위한 처절한 투쟁을 계속한다는 내용. 서부시대의 황량한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프리스트>는 한번 붙잡으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탄탄한 스토리의 흡입력 강한 만화다.
<프리스트>의 또다른 묘미는 독특한 그림체. 여러번 겹쳐 그린 듯한 거친 펜터치, 위 아래로 인체를 길게 늘여 놓은 듯한 인물묘사, 가뜩이나 침울한 스토리로 모자라 그림이 들어가지 않는 여백 전체에는 먹으로 까맣게 채워놓았다. 국내외 어떤 만화체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그림체가 작품의 묘미를 더한다


73년생.93년
치씨부임기로
신인공모 당선.
열혈유도왕전,
태왕북벌기,
프리스트 연재.
대만만화잡지
WAO에 태왕북벌기
연재


그리고 <프리스트>가 세 번째 장기 연재 작품이다. 98년부터 연재중인 <프리스트>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악마의 존재에 대해 추적한다. 종교적인 문제를 만화화했다는 점과 지구의 종말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골수팬이 아니고선 형민우가 <열혈유도왕전>과 <태왕북벌기>의 작가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매 작품을 낼 때마다 완벽한 변신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독특한 그림, 치밀한 스토리로 주목받는 프리스트 


만화가에게 변신은 필수
스물일곱의 젊은 만화가가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그림체와 작품 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유명작가들의 경우 새 작품을 발표할 때 주인공 캐릭터를 바꾸는 정도의 변화를 주기는 하지만 완전한 변신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10년 넘게 같은 캐릭터로 자기 반복에 만족했던 80년대 작가들의 창작형태와는 정반대의 도전이다.
작가 스스로 밝혔듯이 그의 데뷔작 <열혈유도왕전>은 일본만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 그림체나 원시소년이 문명세계로 나와 스포츠를 익히는 스토리에 일본풍이 짙게 배어 있다. 두 번째 작품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역사상 가장 번성기였던 광개토대왕시대의 이야기를 만화로 만들었다. 세 번째 작품 <프리스트>는 마치 미국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현재 단행본으로 4권까지 나온 <프리스트>는 이제 등장인물의 성격묘사와 기본 스토리 설정 소개를 끝내고 본격적인 스토리 전개로 치닫고 있다. 앞으로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의 네 번째 작품은 또 어떻게 변화할지 더욱 궁금하다. 부단한 자기 변신을 꽤하는 형민우의 창작태도는 21세기 한국 만화의 전성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젊은 작가들이 본받아야할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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